제15과 치유의 성사 - 고해성사와 병자성사
1. 고해성사의 의미와 효과
① 죄(罪)란?
생명의 빛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한편으로 그 빛을 가로막는 어두운 악의 세력과 부단히 싸워야 하는 고난의 삶이기도 하다. 죄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쳐 유대 관계를 파괴하고 생활 공동체로부터 소외시킨다.
모든 죄악의 시작은 ‘자유의 남용’에서 빚어진다. 자유는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진 선물이기에, 인간의 자유는 ‘사랑의 질서’를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유를 남용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사랑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죄(Peccatum)’라는 말의 어원은 ‘화살이 빗나가다’, ‘과녁을 맞추지 못하다’에서 유래하였다. 하느님은 창조와 구원의 질서를 마련하고 인간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 안에 양심을 주어 이 생명의 길을 알아보고 따르게 하였다. 그런데 하느님의 의도와 목적에서 빗나간 삶, 즉 하느님의 사랑을 거절하는 인간 스스로의 잘못된 선택 그리고 오직 자기만을 위해 이웃 사랑하기를 거부하는 행위가 곧 죄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죄는 하느님과의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
② 고해성사란?
고해성사는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가 세례 받은 이후에 지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의 은총을 받는 예식이다. ‘고해(告解)’라는 용어는 ‘고백(告白)’과 ‘화해(和解)’를 함께 뜻하는 합성어이다. 죄를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죄로 인해 깨어진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표시이다. 이런 점에서 죄의 고백과 화해를 동시에 드러내는 말로 고해성사라고 한다. 그래서 치유의 성사인 고해성사를 ‘참회의 성사’ 또는 ‘화해의 성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 성경읽기 루카 15, 11-32(되찾은 아들의 비유)
우리가 갖가지 죄에서 벗어나는 길은 ‘제가 죄를 지었나이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회개하며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큰 죄라 할지라도 하느님의 자비로 씻을 수 없는 큰 죄는 없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과 화해했고, 크나큰 은총으로 우리가 늘 당신께 돌아와 화해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죄는 우리의 나약함과 무력함을 드러내지만, 우리가 화해할 때 그것은 하느님 은총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
③ 고해성사의 효과
우리는 고해성사로 죄에 대한 용서를 받고 죄 때문에 받을 벌을 면제받음으로써 하느님과 화해하고 동시에 교회와 화해한다.
사람은 죄를 짓고 나면 불안하기 마련이다. 고해성사는 이러한 심적 갈등을 해소시켜 주며 죄의 용서에 대한 확신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하고 삶의 의욕을 갖게 하여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게 된 기쁨을 삶으로 드러내며 이 세상에 봉사할 힘을 준다.
또한 고해성사는 우리에게 죄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죄지을 기회까지 피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며 그러한 의지는 악과 싸워 이길 힘을 키워준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뉘우치는 사람에게 당신의 은총을 아낌없이 내려주신다. 더 많이 용서받은 사람은 더 많이 사랑하는 법이다. ✜ 성경읽기 : 루카 7,36-50(죄 많은 여자를 용서하심)
2. 죄를 용서하는 권한 - 고해성사의 제정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죄인들의 화해를 위한 중재자로서만이 아니라, 직접 죄인들을 만나 당신의 권위로써 그들을 용서해 주셨다. 예수님은 자주 죄인들과 세리들과 함께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었고, 이를 비난하는 유다교 지도자들에게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하고 말씀하셨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중풍병자를 치유해 주면서 당신에게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명확히 가르쳐 주셨다(마태 9,2-7;루카 5,17-26).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셨다. 예수님은 당신의 수제자이며 장차 교회의 초석이 될 베드로 사도에게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하고 말씀하였고, 이 사죄권(赦罪權)을 사도들 모두에게 확대하셨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8,18)
부활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나타나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 하고 말씀함으로써 죄를 용서하는 참된 권한을 부여하셨다.
따라서 우리가 고해성사 때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司祭)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은 곧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는 것이며, 죄의 용서 역시 하느님께서 사제를 통하여 직접 베풀어 주시는 것이다.
3. 고해성사를 위한 합당한 준비
① 통회(뉘우침)
고해성사는 고백자의 통회․고백․보속 등 세 가지 행위와 사제의 사죄로 이루어진다. 죄에 대하여 참회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으므로 통회(痛悔)는 참회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통회는 자신이 지은 죄를 하느님의 법에 비추어 철저히 성찰(省察)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마지막으로 고해성사를 받은 다음부터의 자기 행위를 양심의 거울에 비추어 반성하여 무엇을 잘못했으며 어떻게 하느님의 사랑을 거절했는지를 알아낸다.
자신의 죄에 대한 회개의 마음과 자신이 범한 죄에 대해서 진정으로 뉘우치는 과정이 통회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선하심과 사랑을 외면하고 그분의 뜻을 거역했다는 통절한 수치심이다. 그래서 우리가 죄를 지음으로써 자신을 더럽히고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 공동체의 친교에 손상을 입혔으며 이웃에게 피해를 끼쳤음을 아프게 뉘우치는 것이다.
통회하는 마음은 앞으로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자기 성화를 위해 힘쓰며 하느님의 은총을 열매 맺게 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승화된다. 진정한 통회는 죄를 용서받겠다는 마음과 더 나아가 생활을 개선하여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기 결점을 고쳐 나갈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여 노력하는 한편, 자기 결점과 반대되는 덕행을 실천하도록 다짐하고 더 나아가서 사회와 이웃을 위해 사랑과 봉사의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다져야 한다.
② 고백
고해성사를 받을 때는 사제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구체적으로 고백(告白)하여야 한다. 창피하고 부담스럽게 느끼면서도 자기 죄를 털어놓고 그 괴로운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인간의 깊은 욕망이기도 하다.
죄의 고백(죄의 자백)은 나약한 자신에 대한 인정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며, 다른 사람들과 화해하도록 도와준다. 인간은 죄의 자백으로 자기가 지은 죄를 직시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친교에 다시 마음을 열게 되어 새로운 미래가 가능해진다
고해성사 안에서 “왜 같은 인간인 사제에게 꼭 자기 죄를 고백해i야 하는가? 혹시라도 사제가 비밀을 누설하면 어쩌나”하는 망설임이 생길 수 있지만 결코 걱정할 일이 아니다. 교회의 모든 사제는 고해의 비밀엄수는 목숨만큼이나 중대한 의무사항이다. 아울러 비밀엄수는 사제에게 주시는 은총이다. 고해의 비밀은 2000년의 교회 역사가 보증하고 있다. 교회는 고백을 듣는 모든 사제가 고백자에게서 들은 죄에 대해 절대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매우 준엄한 벌을 받는다고 천명한다.
③ 보속
죄는 자신과 이웃에게 상처를 입히고 나약하게 하며 하느님과의 관계 및 이웃과의 관계를 손상시킨다. 이러한 상처와 손해를 갚기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 일들을 해야 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하더라도 죄의 결과로 생긴 모든 폐해를 고쳐주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의 영적건강을 회복하고, 그 죄를 갚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더 실행해야 한다. 적절한 방법으로 죄를 ‘보상’하거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갚음을 ‘보속(補贖)’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고해자는 사제가 요청하는 '보속'을 함으로써 자기 죄에 대한 보상을 통해 고해행사를 마감하게 된다.
④ 사죄(赦罪)
죄의 고백은 참회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한다. 뉘우침(통회)․고백․보속은 죄인인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용서는 하느님의 사랑이 하는 일이다. 사제가 사죄경을 외울 때 우리를 용서하고 우리 죄를 사해 주며 우리에게 잃었던 품위를 되찾아 주시는 분은 하느님 자신이다.
✜ 사죄경 : ‘인자하신 하느님 아버지,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구원하시고 죄를 용서하시려고 성령을 보내주셨으니 교회를 통하여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4. 병자성사의 의미와 효과
① 병자성사란?
인간 생활에 있어서 병고와 재앙은 항상 따르게 마련이다. 마치 햇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도 생기듯이 인생살이에서도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질병과 노쇠는 우리의 몸과 정신을 약하게 하고 고통을 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 많은 사람들, 병든 사람들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고 마침내는 이들을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받고 죽음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셨다. 우리가 겪는 고통을 잘 받아들이고 견디어 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우리는 더 성숙해지게 된다.
병자성사란 죽음에 임박했거나 그러한 위험을 예견할 수 있는 병자나 노령의 신자에게 특별한 기도와 의식을 통해 고통과 죽음을 이기고 영광을 받으신 그리스도의 은총이 베풀어지도록 하는 성사이다. 교회는 병자성사를 통하여 병자와 노령의 신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고 구원해 주도록 주님께 맡겨드림으로써 병자를 위로하고 하느님께 신뢰를 갖게 하며 영육간의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② 병자성사의 효과
우리는 병자성사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여 그리스도인답게 병고를 이겨내고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치유의 은혜를 간구한다. 또한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더 큰 희망으로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된다. 병자성사에서 성령의 힘을 통하여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러한 도우심은 병자들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육체도 치유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죄를 지었다면 용서받게 해준다.
그리고 병자성사로써 죄에서 해방되고 질병의 고통 중에 또는 심신을 허약하게 하는 노환 중에 위로를 받으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태도로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심을 갖게 되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연히 맞아들이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병자성사는 교회 공동체가 병자의 보살핌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특별히 드러내 보이는 표지이다. 그러므로 병자성사의 거행은 교회 공동체에 부어지는 풍성하고 유효한 은총을 그리스도인들이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교회 공동체 안에서 병자들이 누리고 있는 특별한 은총을 드러내는 기회도 된다.
5. 병자성사 예식
①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고통 받는 병자들에게 특별한 동정심과 사랑을 가지셨다. “예수께서는……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 9,35). 물론 예수께서 병자를 고쳐주신 것은 병자의 전 인격적 치유의 표지였고 “하느님께서 자기 백성을 찾아와 주신”(루카 7,16) 표징이며 하느님 나라의 표징이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용서하고 병자들을 치유해 주면서 그들에게 요구하신 것은 오직 ‘믿음’ 뿐이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루카 5,20)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루카7,50)
예수님의 명령을 받은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2-13)
✜ 성경읽기 : 야고 5,14-15 (병자들을 위한 사도시대의 예식)
② 도유(塗油)의 성사
병자성사의 주요 예식은, 병자의 이마와 양손에 성유(聖油)를 바르고 병자에게 필요한 은혜를 청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그래서 병자성사를 ‘도유의 성사’라고도 한다.
기름은 예부터 치료약으로도 사용되었다. 병자성사 때에 병자들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은, 약으로서의 기름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내려주는 것이다. 즉 병자는, 기름 자체의 효능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름으로써 성령과 일치하여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으로 치유되는 것이다.
병자성사 후 병자는 성체(聖體)를 받아 모시게 된다. 이때 모시는 성체를 ‘노자(路資) 성체’라고 한다. 노자 성체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건너가는 데 힘을 주며, 또한 그리스도교 신자는 저 세상에 갈 때 혼자 가지 않고 그리스도와 함께 간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영성체이다.
|
월 전례봉사자
신앙생활
제15과_치유의_성사-고해와병자[1].hwp
